시작하며
육아를 하다 보면 집안일은 항상 밀린다.
아침에 정리해도 오후면 다시 어질러지고,
하루 종일 치운 것 같은데 눈에 보이는 건 별로 없다.
처음에는 이렇게 생각했다.
“시간이 부족해서 그런 거겠지.”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깨달았다.
문제는 시간이 아니라
집안일을 하는 방식이었다.
육아 가정에서 집안일이 힘든 이유는
일이 많아서가 아니라
흐름 없이 몰아서 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오늘은
육아 가정에서 집안일을 덜 힘들게 만드는 루틴 설계법을
아빠의 시선으로 한번 정리해보려고 한다.
지금 집안일이 버겁게 느껴진다면
이 글이 하나의 기준점이 되었으면 한다.

집안일 루틴의 출발점은 ‘완벽’이 아니라 ‘유지’다
육아 가정에서
집안일 루틴을 망치는 가장 큰 원인은
완벽하게 하려는 마음이다.
한 번에 싹 정리
하루에 청소까지 모두 끝내기
항상 깔끔한 상태 유지
이 목표는
아이 없는 집에서도 어렵다.
육아 가정에서는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루틴 설계의 첫 원칙은 단순하다.
내일 아침까지 버틸 수 있는 상태를 만든다.
이 기준으로 집안일을 나누면
해야 할 일의 양이 눈에 띄게 줄어든다.
바닥은 넘어질 물건만 치우기
설거지는 싱크대가 넘치지 않을 정도
빨래는 개지 않아도 세탁까지만
‘완료’가 아니라
‘유지’를 목표로 삼는 순간
집안일은 훨씬 덜 버거워진다.
집안일을 ‘종류’가 아니라 ‘타이밍’으로 나눈다
집안일을
청소, 빨래, 설거지처럼
종류로 나누면
한 번 시작할 때 부담이 커진다.
대신 하루의 타이밍 기준으로 나누는 방식이 효과적이다.
추천 타이밍 구분은
아침 정리
낮 정리
저녁 정리
취침 전 정리
이런 식으로
예를 들면
아침에는
전날 어질러진 물건 원위치
싱크대 비우기
낮에는
빨래 돌리기
가벼운 정리
저녁에는
아이 동선 정리
설거지 최소화
취침 전에는
다음 날 아침을 위한 정리
이렇게 나누면
각 시간대의 집안일은
10~20분을 넘지 않는다.
육아와 동시에 할 수 있는 집안일만 루틴에 넣는다
육아 가정에서
가장 많이 실패하는 루틴이 있다.
아이와 분리된 집안일 루틴이다.
아이를 재워야만 가능한 집안일,
아이를 떼어놓아야 하는 정리는
현실적으로 지속되기 어렵다.
그래서 루틴에 넣을 집안일의 기준은 이거다.
아이와 함께 있어도 가능한가?
아이 옆에서 빨래 개기
아이 노는 공간에서 청소기 돌리기
아이 보며 식재료 손질
이렇게 하면
육아 시간과 집안일 시간이 겹치면서
체감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집안일을
‘육아의 방해 요소’가 아니라
육아와 함께 가는 작업으로 바꾸는 게 핵심이다.
집안일은 ‘빈도’를 줄이고 ‘흐름’을 만든다
집안일이 힘든 이유 중 하나는
같은 일을 너무 자주 한다는 점이다.
설거지 하루 여러 번
정리 수시로 반복
청소 틈날 때마다
이 방식은
체력도 빨리 소모시키고
정신적으로도 지친다.
대신
정해진 흐름을 만든다.
예를 들어
설거지는 하루 2번만
청소는 아이 낮잠 시간에만
정리는 시간대별 1회씩
이렇게 기준을 정하면
“지금 안 해도 된다”는 여유가 생긴다.
집안일은
적게 하는 게 아니라
덜 자주 해도 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루틴을 지키기 쉽게 만드는 환경을 먼저 만든다
아무리 좋은 루틴도
환경이 받쳐주지 않으면 무너진다.
그래서 마지막 설계 단계는
환경 정리다.
자주 쓰는 물건은 손 닿는 곳에
아이 물건은 공간별로 고정
수납은 ‘넣기 쉬운 구조’로
특히 육아 가정에서는
수납이 깔끔한 것보다
되돌려 놓기 쉬운 것이 훨씬 중요하다.
환경이 바뀌면
루틴을 지키기 위해
의지를 쓸 필요가 줄어든다.
마치며
육아 가정에서
집안일을 덜 힘들게 만드는 방법은
더 부지런해지는 게 아니다.
덜 완벽해지고,
덜 자주 하고,
더 쉽게 반복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루틴은
나를 옥죄는 규칙이 아니라
나를 살려주는 구조여야 한다.
오늘 하루
집안일이 조금 덜 힘들었다면
그 루틴은 이미 성공이다.
다음 글에서는
육아 가정에서 집안일 분담을 현실적으로 정하는 방법을
갈등 없이 적용하는 기준 중심으로 정리해보려고 한다.
같은 집에서, 같은 하루를 버티는 엄마와 아빠에게
이 글이 조금은 숨 쉴 수 있는 기준이 되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