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며.
육아를 하면서 자주 드는 생각이 있다.
“나는 아이를 키우고 있는 걸까, 아니면 아이가 나를 키우고 있는 걸까.”
솔직히 말하면,
육아는 처음부터 끝까지 쉽지 않다.
체력도, 감정도, 시간도
예전처럼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그런데 어느 순간 문득 느끼게 된다.
“아, 내가 예전이랑은 좀 달라졌구나.”
아이를 키우며
아빠로서, 남편으로서,
그리고 한 사람으로서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 순간들이 있다.
오늘은
육아하면서 아빠가 가장 많이 성장했다고 느낀 순간들을
솔직하게 정리해보려고 한다.
지금 육아로 지쳐 있는 아빠라면
“이 시간이 그냥 흘러가는 건 아니구나”라는 위로가 되었으면 한다.

내 감정을 먼저 다스릴 줄 알게 되었을 때
육아 전의 나는
솔직히 감정 표현이 빠른 편이었다.
짜증 나면 표정으로 드러났고
피곤하면 말투가 거칠어졌고
일이 안 풀리면 주변 탓을 했다
하지만 아이가 생기고 나서
이 방식은 통하지 않았다.
아이 앞에서의 감정은
그대로 아이에게 전달된다.
내가 예민하면 아이도 불안해했고,
내가 조급하면 아이도 더 울었다.
어느 날,
아이를 안고 있는데
내 심장 소리가 빠르다는 걸 느꼈다.
그 순간 깨달았다.
“아, 지금 아이가 아니라 내가 먼저 진정해야 하는구나.”
그날 이후
숨을 한 번 더 쉬고,
말을 한 박자 늦추고,
상황을 바로잡기보다 감정을 먼저 정리하려고 노력했다.
완벽하진 않다.
하지만 분명한 건
내 감정을 조절하려는 어른이 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시간이 늘어났을 때
육아를 하며 가장 크게 바뀐 건
생각의 방향이다.
예전에는
“나는 왜 이렇게 힘들지?”
“내가 제일 고생하는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을 자주 했다.
하지만 육아를 하다 보니
나 말고도 모두가 힘들다는 걸 알게 됐다.
밤새 아이를 돌보는 아내
하루 종일 아이와 씨름하는 부모
각자의 자리에서 버티는 모든 어른들
특히 아내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보이지 않던 노동이 보였고,
말없이 참아왔던 감정이 느껴졌다.
그때부터
문제를 해결하려 들기보다
“어땠어?”
“많이 힘들었지”
라는 말을 먼저 하게 됐다.
육아는
공감의 근육을 키워준다.
내 중심에서 벗어나 타인의 입장을 생각하게 만든다.
기다리는 법을 조금씩 배우게 되었을 때
육아 전의 나는
결과를 빨리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이었다.
빨리 해결하고
빨리 끝내고
빨리 다음 단계로 가고 싶었다
하지만 아이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그리고 더 중요한 사실은
아이 스스로의 속도가 있다는 것이다.
밥을 천천히 먹고
옷을 입는 데 시간이 걸리고
말 한마디를 배우는 데도 오래 걸린다
처음엔 답답했다.
“왜 이렇게 느리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어느 날
아이가 서툰 손으로 무언가를 해내는 모습을 보고
괜히 내가 부끄러워졌다.
아이를 기다리는 연습은
결국 나 자신을 기다리는 연습이었다.
조급함 대신 여유를,
결과 대신 과정을
조금씩 바라볼 수 있게 됐다.
책임이 부담이 아니라 기준이 되었을 때
육아 초반,
‘아빠’라는 역할은
솔직히 부담이었다.
내가 잘못하면 어쩌지
선택 하나가 아이에게 영향을 주면 어쩌지
이 무게를 감당할 수 있을까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 책임감은
나를 억누르는 짐이 아니라
행동의 기준이 되었다.
더 신중하게 말하게 되고
더 안전을 먼저 생각하게 되고
내 선택을 한 번 더 돌아보게 된다
“아빠니까”라는 말이
귀찮음이 아니라
나를 단단하게 만드는 이유가 됐다.
책임을 피하지 않고
그 자리에 서 있으면서
나는 조금 어른이 되어가고 있었다.
나보다 중요한 존재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었을 때
육아 전에는
내 시간이 참 중요했다.
내 휴식
내 취미
내 일정
하지만 아이가 생기고
모든 우선순위가 바뀌었다.
처음엔 솔직히 아쉬웠다.
잃어버린 것들만 보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
아이의 웃음 하나에
하루의 피로가 사라지고,
아이의 잠든 얼굴을 보며
괜히 마음이 가라앉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때 알게 됐다.
나보다 중요한 존재가 생긴다는 건
내 삶이 줄어드는 게 아니라 깊어지는 거라는 걸.
마치며.
육아는
아빠를 완벽하게 만들지 않는다.
대신,
조금 더 생각하게 만들고
조금 더 참게 만들고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든다.
아이가 크는 만큼
아빠도 함께 자란다.
지금 이 순간,
“내가 잘하고 있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든다면
이미 충분히 잘하고 있는 거다.
육아는 결과로 평가받는 일이 아니라
과정 속에서 성장하는 일이니까.
다음 글에서는
육아와 살림을 함께 하며 달라진 아빠의 하루 루틴을
조금 더 현실적으로 풀어보려고 한다.
같은 길을 걷는 아빠라면,
오늘의 성장이
내일의 여유가 되길 바라며
이 글을 마친다.